택견은 무술인가? 놀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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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은 무술인가? 놀이인가?

택견은 무술인가? 놀이인가?한국의 전통무예인 택견은 놀이인가, 무예인가?

정부에서 발행한 자료들을 보면 그동안 택견은 조선시대 전통놀이로 소개되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택견인식에 대한 사람들의 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스포츠 경기에 대한 표현에 사용되는 단어들을 나열해 보면, 경기, 게임, 놀이, 대회, 시합, 매치 등등이 있다. 그동안 권투 경기, 태권도 경기, 검도 시합, 씨름 대회 등등으로 표현되어 왔다.

​그렇다면 이 단어들을 영어로 표현하면 무엇이 될까? 영어단어는 그저 Game 이다. 올림픽도 공식명칭은 ‘올림픽 게임’이고, 아시안게임도 게임이라 쓴다. 게임의 한국어 번역어는 ‘놀이’, ‘경기’이다.

​즉 놀이와 경기, 시합은 같은 것이다. 놀이는 유아들의 장난이고, 시합은 성인들의 엄숙한 대결 인 것이 아니다.

​① 시합(試合) : [명사] 운동이나 그 밖의 경기 따위에서 서로 재주를 부려 승부를 겨루는 일. ‘겨루기’로 순화. [유의어] 싸움 콘테스트 게임

② 경기(競技) : [명사] 일정한 규칙 아래 기량과 기술을 겨룸. 또는 그런 일. [유의어] 경쟁 스포츠 운동경기

③ game : [명사] 게임, 경기, 시합

④ match : [명사] 경기, 시합,

군대에서는 War game 이라 하는 모의 시뮬레이션을 자주 실시하며,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부서도 있다. Game, 즉 놀이, 경기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군대가 경기단체나 놀이집단이라는 뜻은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면 무술이 왜 경기화, 놀이화 되어야 하는가? 무술이 경기화되면 마치 약해지고 비실전적 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은 사실과 상당히 다르다.

​무술이 경기화 되지 않으면 훈련을 할 수 없다. 서로 겨뤄보아야 실력이 늘고 상황판단에 대한 대처능력이 생기는데, 경기를 할 수 없다면 그저 뇌내망상의 탁상무술로 남아있게 된다. 현대는 칼이나 창을 들고 목숨걸고 싸우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백번의 시합보다 한번의 실전이 훨씬 낫다는 말도 있지만, 현대에 과연 몇 번이나 실전을 해 볼수 있겠는가? 이 말 역시 되새겨 들어야 할 것이지,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뜻은 아니다.

​경기화, 즉 놀이화가 되어야만 서로 대련도 많이 해 볼 수 있고, 대중화도 이룰 수 있으니, 결국 무술이 질적 양적 발전이 가능해진다.

Korean martial art Taekkyeon 02

한국의 택견과 씨름은 무술을 경기화 한 역사가 몹시 오래되었다. 씨름의 기원은 결국 아시아 레슬링이다. 레슬링을 경기화해서 마을 단위로 대회를 할 정도였으니, 한국인들의 레슬링 경기화의 역사는 적어도 2천년이다.

택견도 그렇다. 권법을 놀이화해서 경기를 치렀다는 것은, 무술 경기의 역사가 그만큼 오래 되었다는 의미다. 태권도 경기가 최근에 택견처럼 변모해 온 것을 지켜보고 있자면, 택견을 했던 우리의 선조들은 이미 이 과정을 다 겪었던 셈이다. ​태권도와 택견의 경기화 과정을 보면 이런 흐름을 갖고 있다.

경기중에 주먹으로 맞으면 누구나 아프고 기분 나쁘다. 부상도 생길 수 있고, 그러다보면 경기 참가를 꺼리게 될 수 있다. 프로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돈이 생기거나 직업도 아닌데 부상을 각오해야 할 이유는 사실 없다. 그러다보니 안면 가격을 제한하고, 발로 상대를 밀 듯이 차는 기술만 남게 된다. 이렇게 되면 손의 가드를 내린채 시합을 하게 되는데, 이 형태가 바로 택견이며, 최근의 태권도 경기 모습이다. 그래서 이런 과정을 다 겪어온 택견은 손기술을 옛법으로 남겨놨고, 시합에서는 발기술과 잡아 넘기는 기술만 허용했다.

다시 말해서 택견은 권법 경기화의 끝까지 온 셈이었던 것이다. 호구가 없어도 서로 다치지 않고 부상당하지 않으며 언제 어디서나 즐겁게 실력을 겨뤄볼 수 있는 경기, 이것이 바로 택견이다.

택견이 놀이라고 폄훼할 것이 아니라, 경기화의 궁극까지 왔던 우리민족의 무술로 보아야 바람직 하지 않을까 싶다. 시중의 무술과 격투기중에 주먹 안면가격을 허용하는 풀컨택 종목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호전적이다. 극진, 권투, 무에타이, 검도, 택견과 태권도가 그렇다.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런 무술종목에 많으며, 때리고 맞는 것이 싫은 사람들은 유술계 무술이나 해동검도, 중국무술 쪽으로 간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택견 사범들은 상당히 잘 싸운다. 품새 수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풀컨택 겨루기를 하기 때문이다. 풀컨택 겨루기가 무술 훈련에 가장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택견은 전통놀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현실에서 매우 실용적이고 실전적인 ‘무술’이다. 대련 안하는 태극권이나 합기도보다는 택견꾼들이 훨씬 잘 싸운다. 실제로 하는 것을 보거나 붙어보면 안다.

중국무술 산타 시합도 결국 택견경기의 구조를 모방해서 가고 있다. 손발 타격을 허용하고, 붙으면 넘겨 메치는 것으로 끝난다. 아마도 안면타격으로 인한 부상자가 계속 나오게 된다면, 태권도처럼 안면타격을 안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은 경기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다.

택견을 단순한 놀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무술의 발전과정과 경기화의 현실을 잘 모른다는 반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