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실전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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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는 실전적일까?

지난 5월 18일, 19일 양 일간 제5회 KTA 태권도 교육박람회가 무주 태권도원에서 개최되었다. 대한태권도협회가 주관하는 이 박람회에서는 태권도의 지도법과 경영법을 망라하는 강의 콘텐츠와 용품, 관련 업체 등이 참여하는 산업전이 함께 열렸다. 

매년 강의 콘텐츠의 내용이 변동이 있기는 하지만, 올해 태권도 지도법(실기)에서 뚜렷한 변화는 ‘교정으로서의 태권도’이다. 교정으로서의 태권도는 태권도 기능 향상을 위한 방법이다. 발차기가 안되는 사람에게는 발차기를, 중심을 못 잡는 사람에서는 중심을 잘 잡도록 하는 해결방안을 담고 있는데, 이것이 태권도에서는 상당한 혁신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교육에서는 예들 들어, 발차기를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대안이 없이 구시대적으로 양을 늘리는 수법으로 발차기를 개선하려고 했었지만 지금은 발차기가 안되는 원인을 찾고, 그것이 근육 때문인가? 근력 때문인가? 유연성 부족 때문인가 등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기능 향상을 추구한다.

그러기 위해, 태권도나 무술 훈련이 아닌 카이오프락틱 등의 대안적인 방법을 수용하기도 하고, 학위과정 등을 통한 근육에 대한 전문적인 학습을 통해 (생리학과 해부학 등) 더 이상 과거의 인내와 근성을 통한 향상이 아닌 합리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고, 태권도계가 타 분야와 융합을 시도한 다는 것은 보수적이라는 무술계의 이미지를 벗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태권도계가 이렇게 개방적으로 변화하는 이유는 태권도인들이 자발적으로 체질 개선을 위해 나서기 때문이 아니라 외적인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제1회 세계품새선수권대회가 2006년 9월 서울에서 개최된 이래, 품새 수련이 태권도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48697830813 75d047c013 b d이제 태권도 선수를 한다,체육관에서 선수단을 운영한다, 시범단을 운영한다 했을 때 90% 이상이 품새 선수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태권도 선수 = 겨루기 선수’라는 등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경기를 나간다고 했을 때도 거의 대부분 품새 경기를 의미한다. 품새의 경기화는 태권도계의 양적인 팽창을 가져왔고 많은 대학에 태권도학과와 선수단이 꾸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생활체육으로서 태권도의 위상도 올라갔다. 품새 경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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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새 경기가 많아지면서 품새 수련을 많이 하다 보니 선수층들의 근골격계 질환이 많아지게 되었다. 품새는 체조의 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아크로바틱한 동작이 많이 나오고 일반적인 신체의 가동범위를 넘어선다.

겨루기와 겨루기 선수단은 너무 전문적이라 일반 체육관 수준에서는 운영하기가 힘들지만 품새 선수단은 그렇지 않다. 일반 체육관에서도 품새 선수단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겨루기가 너무 전문적이고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들기 때문에 생활체육을 위해 품새 경기를 만들었지만 이것이 너무 양적으로 확장되다 보니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품새의 동작은 무술적인 목적이 우선인가? 아름다운 동작이 우선인가는 질문에 현재 태권도계는 후자 쪽으로 향하고 있다. 아름다운 것이 보기 좋은 것이고 훌륭한 동작이며 옳은 동작이라는 것은 가치판단이다. 품새의 동작이 예술성으로 가는 것은 태권도뿐만이 아니라 우슈나 중국 무술, 카라 테 쪽도 비슷하다. 실전성은 2인 경기나 2인 시합 안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심사를 위해서는 품새의 동작조차 예술성을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예술성 추구를 목적으로 아크로바틱 한 동작을 하다 보니, 품새 선수들의 근골격 질환과 부상이 많아지고 이것을 해결하려다 보니, ‘교정으로서의 태권도’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체육대학의 정국현 교수가 현역 선수였던 시절에는 태권도가 실전적일까?라는 의문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품새 대회가 성행하자 태권도의 품새가 실전적일까? 태권도는 실전적일까라는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에 대한 반동으로 ‘실전 태권도’라는 범주가 탄생했다. 짠 것이 소금의 속성이기 때문에 소금이 짜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 무술은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속성이기 때문에 실전적이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1980년대에는 태권도가 실전적이냐? 상대를 제압할 수 있냐?를 물어볼 필요가 없었지만 겨루기가 사라지고 품새 경기가 태권도의 핵심을 차지한 이후 그것을 의문시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것이 품새대회가 유행하고 불과 10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현재 태권도 경기는 발펜싱이다, 비비기다라는 비판을 한다. 

이유는 전자호구 때문이다. 전자호구가 채점을 하기 때문에 점수를 얻기 위한 경기를 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전자호구를 분해해서 어떤 공격을 했을 때 가장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가를 분석한다.

어떻게 발차기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가 아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태권도 경기에서는 코치의 역할이 줄어들고 선수들의 어떻게 잘 비비면 되는가라는 경험이 중요해져, 선수단에서는 시간별로 선수들끼리 시합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자기 시간에만 들어가서 운동하고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으로 운동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코치의 역할은 그날의 대진표를 짜는 일이다. 기능향상은 셀프가 되었다. 

현재 전자호구는 충격량을 계산할 수 있도록 센서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비비기 태권도의 유행도 조만간 지나가고 위력적인 태권도의 발차기가 돌아올 것이다.

이렇듯 무술 자체보다는 그 무술의 처해있는 환경에 따라 속성이 극적으로 변한다. 태권도는 1980년대의 위력적인 무술에서 현재 품새의 용법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체조처럼 예술성 채점 위주로 가고 있어서, 태권도 품새의 용법은 이런 것이야, 태권도는 이렇게 실전적이야를 가르쳐줘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태권도는 실전적이다, 아니다를 넘어서는 폭 넓은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환경 변화에 따라 알맞은 내용을 꺼내 사업화를 시키는 것뿐이다. 무서운 태권도 발차기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필요가 없어 안 하는 것이며, 환경이 또 바뀌게 되면 10년 뒤에 태권도는 MMA에서 가장 각광받는 무술이 될 수도 있다.

10년이 지나면 강산이 바뀐다는 말처럼 10년의 노하우면 어떤 것이던지 새로 만들 수도 있고 없어질 수도 있다. 실전적인다 아니다라고 규정되어 있는 무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태권도가 버틴 세월이 얼마인데 앞으로 100년을 못 버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