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새의 본질은 체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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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새의 본질은 체조이다.

무술인들이 가장 모욕적으로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무술을 체조처럼 한다는 말 이다. 무술인에게 ‘너 체조하냐?’라는 말은 가장 모욕적인 언사다.

하지만 체조는 인간이 몸을 만드는데에 가장 최고이자 훌륭한 운동이다. 이소룡도 생전에 아들에게는 무술보다 먼저 체조를 가르치겠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다. 무술 기본공 훈련은 결국 체조선수처럼 몸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기계체조 선수처럼 몸을 만든다면, 그 후에 무술을 배우는것은 손바닥 뒤집기처럼 쉬워진다. 중국무술 우슈 표연 부분은 신체를 기계체조 선수처럼 발달시켜야 가능한 영역이다. 특히 장권 표연은 기계체조 수준의 아크로바틱한 고난도 동작들이 많아서, 어려서부터 수련하지 않으면 성인이 된 후에는 따라하기 힘들다.

위키백과의 체조 항목을 보면,

“기계 체조(器械體操, 문화어: 예술체조)는 기계를 사용하는 모든 예술적 체조를 칭한다. 근력, 지구력, 유연성, 민첩성, 평형감각을 이용해 제한 시간 내에 많은 기술을 사용해야 하며 미적 표현력을 가지고 아름다운 기술을 뽐내야 한다.”라고 나와 있다.

근력, 지구력, 유연성, 민첩성, 평형감각 등등 신체활동에 필요한 요인을 단련하는데에 체조보다 좋은 운동은 없다는것이 체육계 모든 종사자들의 공통된 의견 일 것이다.

체조에서 이런 체력요소들을 극단적으로 발달시켜 놓으면, 그 후에는 어떤 운동을 하던지 쉽게 배우는 것이 당연하다.

품새는 그 본질이 체조다.

품새가 체조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품새에 대한 이해가 진행될 수 없다. 인간이 몸으로 움직이면서 표현하는 것은 모든것이 체조의 영역에 속한다. 품새를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체력요소도 결국 체조의 정의를 넘어서지 못한다. 품새는 체조의 하위 카테고리에 들어간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왜 무술인들은 ‘체조 같다’는 말을 모욕적으로 받아들일까? 오히려 체조선수처럼 한다는 표현이 칭찬이 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것은 무술의품새에는 체조와 차별되는 요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태권도 품새의 채점기준은 크게 정확성과 표현성으로 나뉘며, 품새 채점기준은 아래와 같다.

공인품새 채점의 기준

  1. 정확성

가. 기본동작  나. 각 품새별 세부 동작  다. 균형

  1. 표현성

가. 동작의 기술적 특성의 표현  나. 조화 (강유·완급·리듬)  다. 기의 표현

자유품새

  1. 기술력  

가. 발차기 난이도  나. 동작의 정확성  다. 품새 완성도

  1. 연출성

가. 창의성  나. 조화  다. 기의 표현  라. 음악 및 안무

여기서 체조와 무술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표현성 항목에서 강유/완급/리듬의 조화, 기술적 특성의 표현, 기의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무술이 이런 부분을 간과하면 체조가 된다는 것이다.

즉 체조와 무술의 대표적인 차이점은 ‘표현성’에 있는것이지, 정확성에 있는것이 아니다. 무술은 무술처럼 표현되어야 하는데, 이렇지 못하면 체조라는 말을 듣게 된다. 

태권도의 많은 신종 영역중에는 태권무, 태권체조도 있다. 태권체조는 국제적인 단체까지 만들어 졌고, 연일 성대한 대회를 개최하며 발전중이다. 어떤 사람들은 태권도는 체조가 아니며, 태권 체조는 태권도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런 의견들은 태권도 품새의 본질이 체조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하지만 태권도 겨루기는 체조가 아니다. 겨루기의 본질은 격투이며, 따라서 체조와 그 유전자 자체가 다르다. 그러나 태권도 품새의 본질은 체조에 있다. 태권도라는 무술은 격투와 체조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국무술 우슈도 격투와 체조의 두가지 부분을 갖고 있다. 우슈 산타는 격투이며, 우슈 표연은 체조이다. 일본 가라테도 마찬가지다. 가라테에도 대련과 형(카타) 단련이 있다.

형이 없다는 무술들도 많지만, 형이 없는 무술에도 신체를 발달시키기 위한 훈련방법은 반드시 존재한다. 이런 훈련들은 대부분 체조의 목표와 다르지 않다. 품새는 몸을 만들기 위한 목적과 혼자서 독련을 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상대가 없이 혼자서 국민체조를 한다고 상상해 보라.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그런데 태권도에서는 품새라는 것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신체훈련을 할 수 있는 체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품새에 대한 무용론을 주장하기에 앞서, 품새가 갖는 가치에 먼저 주목하는것이 옳을 것이다.

다만 무술의 최종 목적은 격투에 있으므로, 품새는 무술가가 되기 위한 과정일 뿐, 그 목표가 될 수 없다. 형 만을 한다는 것은 무술가가 아니라 체조선수 인 셈이다.

하지만 무술이 스포츠화 된 현대에는품새를 전문으로 하는 선수가 있는 것이고, 이들은 격투 훈련을 할 시간에 품새 훈련에 올인하는 것이 당연하다.

요컨대, 태권도품새 전문선수들에게 ‘체조 같다’고 말하는것이 앞으로는 모욕적언사로 받아들여 지지 않기를 바란다. 체조선수처럼 잘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지면 좋겠다. 그리고 품새의 본질은 체조라는 것을 우선 이해해야 무술에 대한 이해가 넓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