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의 종말, 경로의존성에 빠진 태권도

2025년 다시 시작하는 태권도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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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태권블록미디어 
다시 시작하는 태권도 3부작

1. 태권도의 종말. 경로의존성에 빠진 태권도
2. 태권도의 내용이 아닌 형식을 바꾸자
3. 새로운 태권도의 출발. 새로운 경기와 교육의 시작

대한태권도협회는 지난 10여 년간 성인 활성화 교육을 하며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인구감소로 태권도장의 주 고객층이었던 유아들이 숫자가 줄어들면서 태권도 산업이 붕괴할 수 있다는 위험을 느끼고 이것에 대한 대비책으로 성인 태권도를 활성화하자는 것이 취지였다.

성인들의 전유물이어야 할 무술에서 수련 인구의 대부분이 어린이인 현상은 태권도계의 특징적인 부분이다. 1970년대 초반 한국 사회에서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부모는 자녀에게 다양한 활동을 제공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태권도는 그룹 수업의 특성상 친구들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어린이들이 사회 적응력을 기르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태권도장은 유사 학교였으며 돌봄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틈새시장을 찾아내며 발전해 온 것이다.

어린이는 줄어들지만, 어른과 노인은 늘어나니 성인 활성화 교육은 장밋빛으로 가득 차 있었고 성인이 태권도장으로 돌아오게 하는 상당한 성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2019년 코로나를 기점으로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바뀌었다. 코로나가 끝난 지금 여전히 어린이들은 태권도장을 다니지만, 성인 활성화는 코로나에 묻혀 버렸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사회변화 중 첫 번째는 ‘비대면’이다. 굳이 가지 않아도 유튜브를 보며 비대면으로 배울 수 있는데 시간과 돈을 써가며 체육관으로 찾아가지 않는다. 젊은 세대는 비대면에 익숙하며 누구 밑이 아닌 혼자 배우는 일에 익숙해졌다. 태권도 체육관이 제공했던 커뮤니티 기능은 각종 SNS와 게시판에서 더 잘 수행할 수 있다. 비대면을 알아버린 것이 태권도 산업에 가장 악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비대면 시대에 걸맞은 젊은 세대와 성인에게 어울릴 만한 수용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태권도계의 성숙화는 이것을 방해한다. 1972년 국기원의 성립으로 시작한 현대 태권도는 50여 년의 역사가 이어졌지만, 태권도의 정체성은 교조화되었고 변화를 할 수 없는 조직이 되어 버렸다. 올림픽 경기로서 태권도는 이어져야 하지만 향후 태권도의 발전을 담당할 수 있는 전위적이고 진보적인 정책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과거 ‘핫’한 아이템이었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교조화되고 변화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것은 태권도뿐만이 아니라 모든 문화에서 찾을 수 있는 현상이다.

초기 근대 올림픽에서 도입된 종목들은 그 당시 유행했던 스포츠와 관련된 경우가 많았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종목들은 고정화되었다. 예를 들어, 근대5종, 도마, 안마와 같은 종목은 그 시대의 이상(예: 전사로서의 균형 잡힌 능력)과 잘 맞아 떨어졌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현대적 스포츠의 변화에 덜 적응하게 되었다. 도마跳馬라는 단어 자체가 말을 뛰어넘는다는 뜻이다. 이런 초기 올림픽 종목들은 현대 사회와 유리된 채 경기를 위한 경기로만 명맥을 이어가게 된다.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에 빠진 태권도

경로의존성 개념은 불합리한 쿼티 키보드를 사람들은 왜 계속 사용하냐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쿼티 키보드에 관한 가장 유명한 논문은 경제학자 더글라스 노스(Douglas C. North)와 사회학자 맥스웰 스튜어트(Maxwell Stinchcombe)에 의해 이루어진 연구에서 다루어졌다. 구체적으로는, 노스의 저서 “Institutions, Institutional Change and Economic Performance”에서 경로의존성을 설명하는 데 쿼티 키보드의 사례가 인용되었다. 여기서 노스는 쿼티 키보드가 기술적 효율성보다 사회적 관습과 사용자 경험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논의는 기술적 진보가 사회적 요인으로 방해받는지 설명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쿼티 키보드는 타자기의 글자 배열이 처음 발표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는 표준 키 보드 배열이다. 이 배열은 19세기 후반에 개발되었으며, 그 배경에는 타자기의 기계적 구조와 사용자 경험이 얽혀 있다. 쿼티 키보드는 처음 개발 당시의 기술적 요구와 타이핑 속도를 고려하여 설계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쿼티 배열이 정착되자, 사용자는 이를 가르치고 배우는 데 들인 시간과 노력을 고려해 더 좋은 키보드 자판으로 전환을 꺼리게 되었다. 실제로, 쿼티 이외에도 Dvorak 자판 등이 존재하지만, 쿼티 자판이 굳어짐으로써 다른 더 좋은 것으로 전환이 어렵게 되었다. 이는 경로의존성의 전형적인 사례로, 초기 선택이 후속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잘 보여준다. 경로의존성 이론은 과거의 선택이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특히 혁신에 대한 저항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은 현재 특정 현상이나 행동, 제도가 과거의 선택이나 사건에 의해 제한되고 영향을 받는다는 개념이다.

첫째, 경로의존성은 선택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즉, 특정 경로를 택한 결과가 미래의 선택 가능성을 제약할 수 있다. 따라서 잘못된 초기 선택은 바뀌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굳어질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락인(lock-in)’ 현상이라고도 불리며, 경제적 비용이나 사회적 관습, 제도적 장치 등 다양한 요소가 사람들을 특정 경로로 묶어두게 된다.

둘째, 경로의존성은 비선형적 변화(non-linear change)와 연관이 있다. 경로가 굳어지면, 후속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고, 종종 기존 경로에서 벗어나기 위한 비용이 극복하기 힘들어져, 새로운 경로를 선택하는 데 장벽이 생긴다. 이러한 경향은 제도의 변화나 혁신의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경로의존성의 개념은 1980년대에 경제학과 정치학에서 체계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그 중 대표적인 논문으로는 도이치와 프리드먼(1986)의 “The Economic Origins of Political Regimes”와 파커(1991)의 “Path Dependence in the Study of Democracy” 등이 있다. 이들은 경로의존성이 어떻게 정책 결정과 정치 체계의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였다. 특히 경제학자인 더글라스 노스는 제도의 진화와 경제적 성과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경로의존성을 강조했으며, 그의 저서인 “Institutions, Institutional Change and Economic Performance”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경로의존성은 이후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며, 조직 이론, 혁신 관리, 기술 변화 등의 맥락에서도 활용되었다. 결국 경로의존성은 과거의 행동이 현재와 미래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이해를 돕는 중요한 틀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발전 과정은 다양한 사례 연구와 이론적 토대를 통해 경로의존성이 끼치는 효과를 입증하고,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경로의존성 이론은 태권도계의 어느 순간, 어느 선택이(당시에는 옳았던) 후대의 발전과 변화를 억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며 과거의 선택을 회고하면 올바른 경로를 다시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태권도계는 경로의존성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