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태권도 경기는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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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태권도 경기는 가능한가?

룰(rule)이 무술을 만든다 

수천 년의 인류 역사 동안 수많은 무술이 명멸했다. 인류의 무술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한다면, 유술 기인 레슬링과 타격기 무술이라 할 수 있다.

레슬링은 참으로 흥미 있는데, 현재 올림픽 레슬링에서 다리 샅바를 추가하면 씨름이 되고, 도복을 입히면 유도가 되며, 몸에 기름을 바르면 오일레슬링이 되고, 스탠딩 기술을 제한하면 주짓수로 변신한다. 씨름이 다리에 샅바를 만든 것은, 선수가 도망 다니지 못하도록 위한 룰이다.

샅바가 없다면 현재 올림픽 레슬링처럼 빙빙 돌고 도망을 다니며 기회를 노리게 되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이 관객에게는 재미가 없을 수 있으므로 씨름은 아예 어깨를 붙여놓고 경기를 하기 위해서 샅바라는 장치를 도입한 것이다. 전 세계 레슬링 역사에서 대단히 진화된 경기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유도는 도복을 입으며, 도복 깃이 두꺼우므로 잡고 당겨도 찢어지지 않는다. 도복이 없으면 유도 기술의 90%는 성립할 수 없다. 도복이 없다면 무슨 수로 유도식 기울이기를 할 것인가? 도복이 없다면 상대를 잡는 방식은 레슬링 스타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

타격기 경기에서 안면 타격을 허용하면 가드가 올라가기 때문에 권투나 무에타이 스타일이 된다. 안면 타격을 불허하면 손은 아래로 내려올 것이고, 경기 형태는 택견이나 태권도 스타일이 된다.

안면 타격을 허용하면 선수들은 근접전에서 손기술을 사용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하이킥은 많이 줄어들게 된다. 시원하게 발로 공격하는 기술을 보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김빠지는 일이다. 그래서 태권도 경기에서 안면 주먹 타격을 불허한 결과, 주로 발을 사용하는 경기로 진화했다.

발기술에서 로우킥을 허용하면 스탠스가 좁아지며, 로우킥을 불허하면 현재의 태권도 경기처럼 변화한다. 로우킥을 허용하면 자세는 권투의 스탠스가 아니라 무에타이의 스탠스로 변화한다. 또한 붙었을 때 잡아 메치기를 허용하면 중국 우슈의 산타 경기가 된다.

48762858648 19cb18bf72 o d그러면 현재 태권도 경기는 왜 재미없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현 상황을 고수하고 있는 것일까? 로우킥과 손으로 몸통 공격을 허용하면 극진가라테처럼 변화할 것이고, 여기에 안면 타격까지 허용하면 무에타이처럼 될 것이다.

극진가라테와 무에타이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우슈 산타와 차별성도 있는 그 어딘가쯤에 태권도 경기의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손기술, 발기술, 잡기 등의 기술의 추가와 삭제를 통해 차별화 된 독특한 무술경기를 만들려 시도한 결과가 현재의 태권도라면, 이제는 몸으로 표현하는 기술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차별화를 이루려는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경기장의 크기, 경기 동선, 전자호구의 충격 센서의 부착, 전자적인 경기 운영방식의 개선, 경기 시간의 재조정 등 많은 부분에서 타 무도와 차별화 할 방법은 다수 존재한다.

펜싱의 종주국 위치에 있는 프랑스가 최근에 스타워즈 광선검 경기를 도입한 것은 참으로 혁명적인 시도였다. 현재 올림픽 펜싱경기는 등에 전기선을 매단 채 직선으로 전후 공방을 하는 경기이다. 본래 중근세의 레이피어 검술 결투는 이런 형태가 아니었지만, 경기의 재미와 TV 중계 카메라의 동선을 고려하여 직선 공방으로 경기장 형태와 경기룰을 만든 것이 현대의 펜싱이 되었다.

경기장 크기가 무제한이 되면, 선수들은 빙빙 돌거나 도망을 다니며 싸우는 전법을 구사할 것이므로, 관람하는 관객에게는 맥 빠지고 재미없는 경기가 될 것이다. 이런 전술을 구사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한 것이 현재 펜싱 경기의 형태다.

lightsaber duel펜싱 경기장과 경기룰, 최근에 도입한 광선검 경기는 현대 무도 경기의 연구와 발전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기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태권도 경기는 어떻게 진화해야 할 것인가?  경기의 재미와 실전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어떤 경기 룰을 개발해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