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무협과 신무협, 그리고 태권도의 승단

태권도 승단의 투명성이 필요하다.

0
구무협과 신무협, 그리고 태권도의 승단

구무협과 신무협, 그리고 무술의 승단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 터미네이터-다크페이트와 스타워즈7-8편의 공통점이라면 여성 히어로로 대변되는 주인공 세력의 교체 일 것이다. 출신을 알 수 없는 주인공 레이는 이전 스타워즈의 규칙에서 벗어난 여성이다.

49012281752 9e9554cd49 k d
루크의 무술 실력은 꾸준한 연습에 의한 것이다. 기연에 의해 갑자기 얻어진 것이 아니다.

제다이는 혈액속에 제다이 무공을 표현해주는 미디클로리언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디클로리언은 스타워즈 은하의 에너지 흐름인 포스와 직접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로 영화에서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레이는 미디클로리언의 보유 여부도 알 수 없는 젊은이로써 갑자기 출현한다. 그리고 배운적도 없는 광선검 기술을 펼쳐내어 다크포스쪽 기사 집단인 퍼스트오더의 사령관 카일로렌과 대등한 결투를 보여준다.

이전의 스타워즈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가 힘들여 가며 무술을 배우고 포스를 수련하여 제다이가 되는것과 달리, 레이는 이런 과정이 없이 ‘갑자기’ 수퍼파워를 가진 제다이로 홀연히 나타난다. 예전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가 다스베이더와 대결하여 계속 패배하면서 요다 스승을 찾아가 힘든 수련을 거치면서 제다이 고수가 되는것과는 딴판이다.

이런 구조는 신무협과 구무협의 대비와 유사하다.

구무협은 황당한 설정이 많고 기연을 통해 갑자기 얻은 무공으로 절정고수가 되며, 이를 유지하기 위한 각종 장치가 스토리안에 포함된다. 이와 달리 신무협은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트레이닝을 받는 고련 과정, 비교적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현실적인 스토리 전개가 특징이다.

 4에서 6까지의 스타워즈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의 인생이 신무협적 설정에 근거한 것 이었다면, 7편부터의 스타워즈는 의의로 구무협적인 설정으로 퇴행하고 있다.

한국은 SF 영화시장이 서구에 비해 매우 작지만, 서구는 SF 매니아가 매우 많다. 스타워즈에 열광해 왔던 서구사회가 에피소드 7부터 비판적 시각으로 전환된 것은, 신무협적 설정이 구무협적 설정으로 역행한 것 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도 이런 설정을 보여주면서 이번 흥행이 신통치 않다. 여전사의 대명사인 터미네이터의 히로인 사라코너는 존코너를 탄생시키는 성모(聖母)이면서 동시에 여전사이다. 전혀 싸울 줄 몰랐던 연약하고 평범한 여성이 갖은 고초를 겪으며 군사훈련을 받고 여전사로 변화되어 가는 스토리가 사라코너 연대기이다. 이 구조는 신무협적 세계관과 일치한다.

49011070647 069002607d o d
터미네이터 2편의 T800

그런데 이번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에서 여성 주인공인 대니 라모스는 사라코너와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영화 후반부부터 갑자기 각성하여 여전사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상당히 구무협 적 이다. 기연을 얻거나, 신기한 약물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각성하면 순식간에 절정고수가 되는 것, 이것이 구무협적 설정이다.

결론은 최근의 스타워즈와 터미네이터가 구무협적 설정으로 퇴행하면서, 그 재미가 몹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구인들이 무술을 배울때에는 유럽 기사도와 관련된 일종의 환타지를 갖기 마련이다. 무술을 수행하면서 자신은 동양의 전사로 변신한다는 환타지가 있기 때문에, 동양무예에 탐닉한다. 이런 환타지를 갖지 않는 사람은 대개 권투나 레슬링 같은 서양 격투기를 선호한다. 수련자의 이런 요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면, 실망을 하게 되고 무술을 떠나 다른 것을 시도하게 된다.

태권도가 서구에서 인기를 끌었던 요인중의 하나는 비교적 투명한 수련과정과 승단 때문이다. 백절불굴의 정신을 강조해온 태권도는 힘든 수련을 극복하는 과정속에서 수련자에게 인격도야와 카타르시스를 주었다. 이런 프로세스는 태권도에 대한 신뢰감과 만족을 주었기 때문에 태권도의 브랜드 가치는 높아졌고, 올림픽까지 들어가는 결과를 낳았다. 태권도의 올림픽 진입은 한국 정부의 엄청난 지원과 노력이 있었기에 성공한 것 이지만, 세계 각지에서 한국인 사범들이 흘린 땀이 기초가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구무협적 과정을 밟아 세력을 확장했던 상당히 많은 전통무예 단체들이 있었다. 이들의 상당수는 무술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거액을 내고 3박4일 연수를 받으면 4단증과 도장 허가를 내 주었는데, 그 결과는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

49011070892 b238b5b419 c d
중국의 가짜 태권도 단증 (사진/ 태권체조협회 김동연 회장 제공)

얼마전 국기원에서는 대규모 월단 신청을 받는다고 하여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최근 중국에서는 가짜 단증이 횡행하고 있다. 단증에 적힌 한글 표현조차 어법에 맞지 않아서 누가 보아도 가짜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런 부정한 행위들은 태권도를 구무협적 설정으로 역행시키는 것이다.

49010329873 cb2a245386 b d
중국의 가짜 태권도 단증. 진짜보다 더 멋있다.

태권도 단위의 투명성과 신뢰를 위해서는 블록체인을 도입한 수련이력제가 대안이다. 특히 가짜 단증이 남발되고 거래되는 중국 태권도계를 고려한다면, 수정할 수 없는 수련이력이 영원이 남게 되는 수련이력제 도입이 최선일 것이다.

태권도계는 정보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새로운 기술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시대에 뒤처지면 다음 세대에는 태권도의 국적이 한국이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