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복은 게임의 갑옷아이템이다.

도복은 옷이 아니라 장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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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복은 게임의 갑옷아이템이다.

세계태권도연맹은 9월 27일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태권도 테스트 이벤트에서 새 경기복을 선보였다. 새 경기복 하의는 몸에 밀착되는 신축성 소재로 만들었는데,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새 경기복이 기능적이며 시각적으로 보기 좋다는 의견, 가볍고 몸에 밀착돼 두 다리를 빨리 움직일 수 있다는 의견 등이 나왔으며 무도 종목에는 안 어울리는 디자인이라는 반론도 있었다.

논점은 기능적인 면을 선택하느냐, 전통을 선택하느냐는 두 가지였다. 기능적이라는 면을 선호하는 사람은 태권도가 스포츠로서 더 현대화하고 관중들에게 인기를 얻을 방안을 생각했을 것이고, 전통을 선택한 사람은 무도로서의 전통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선 도복은 전통적인 것이 아니다. 불과 100여 년 전의 의상을 입은 것이다. 중국무술의 도복은 100여 년 전의 사람들이 입던 평상복이었으며 유도복, 검도복은 일본인들의 평상복이었다. 원래 운동을 하기 위해 별도의 복장을 갖추는 일은 없었다. 입고 있던 옷 그대로 운동을 하였던 것이고, 그것이 ‘전통으로 만들어진’ 것뿐이다.

가라테도 도복이 없었으나 일본 본토로 전래하면서 유도복을 입고 운동을 하던 것이 전통이 되었으니 가라테 도복의 원형은 유도복인 셈이다.

도복의 구조는 전통시대와 변함이 없지만, 그 디테일은 달라졌다. 유도복은 잡기에 쉽도록 깃과 소매를 튼튼하게 만든다. 가장 큰 변화는 ‘핏’이 달라진 것이다. 최근에는 슬림핏이 유행하여 태권도복도 슬림하게 만들며 새롭게 선보인 태권도 경기복은 극단적인 슬림핏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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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복을 입는 목적은 무엇인가? 도복을 유니폼으로 생각하면, 운동할 때 기능적인 목적으로 입거나 한 종목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정체성과 통일성을 위해 입는 것이다.

하지만 도복과 유니폼은 완전히 다르다. 도복은 무도 종목에서 입는 유니폼이다. 일반적인 스포츠의 유니폼처럼 기능적, 정체성, 통일성을 위해 입는 목적도 있다.

도복과 유니폼이 다른 점은 현대의 무도 종목에서 도복은 무사가 입는 갑옷을 은연중에 상징한다는 점이다. 과거 갑옷이란 전투 시 자신을 방어하는 보호구이며 적이 나를 보았을 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장비이자 무기이며,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이다.

도복은 의복이 아니라 나에게는 자신감을 주고 상대에게는 위압감을 주는 아이템이다.

일본의 무도 종목은 이런 갑옷의 이미지대로 도복을 디자인한다. 의상의 구조는 전통시대의 복장이지만 갑옷의 이미지를 추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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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테의 도복은 오버핏이다. 점점 슬림해지는 태권도복과는 다르다. 오버핏인 이유는 가라테 도복을 입었을 때 덩치가 크게 보이는 역할을 하여 몸집이 작은 사람도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게 만든다. 체형이 큰 사람이나 배가 나온 사람도 가라테 도복을 입으면 체형의 단점이 가려지고 오히려 당당한 무도인처럼 보이게 만든다. 아이키도 도복을 입으면 키가 커 보이고, 게임의 아이템을 착용한 것처럼 신체 능력이 늘어난 것처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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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키도의 도복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주짓수 체육관에서 도복을 벗고 맨몸으로 하는 ‘노기’ 기술을 연습하는 날은 수련생들의 참여가 가장 저조하다. 그 이유는 도복을 잡을 수 없고 노기 기술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나를 돋보이게 해주는 ‘도복’을 입지 못한다는 이유도 일부 작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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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복은 의복이 아니라 나에게는 자신감을 주고 상대에게는 위압감을 주는 장비이다.

도복은 체육관의 패션 아이템이자 나를 강하게 보이게 하는 게임의 강화 아이템이다. 패션 아이템과 강화 아이템으로서 도복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새 태권도 경기복처럼 무도 종목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기능적인 유니폼밖에 못 만들어내는 것이다. 배구나 농구에서 여자선수들에게 쫄티를 입혔던 흑역사를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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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혁신이고 관중의 인기를 모일 수 있는 모습일까?

경기복은 경기에서만 입고 체육관에서는 좋을 대로 입어도 된다고 하지만 쫄바지에 태권도복 상의를 입게 만드는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세계태권도연맹에서 일해도 될지 의문이다. 경기복의 변경은 태권도의 정체성을 바꾸는 사건이 될 수 있다. 유니폼을 입히고 혁신이라고 생각한다면 무도 종목인 태권도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도복은 전통시대의 복장을 그대로 입는 것이 아니라 갑옷의 변형으로 의미가 변했으며 현대적인 변용을 거친 것이다. 태권도는 도복 무술이며, 도복을 입을 때 가장 멋있고 예쁘다. 태권도복의 디자인을 변경할 필요는 있지만, 그것이 유니폼이 돼서는 곤란하다. 사람들이 도복입은 모습이 예뻐서 태권도를 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스타킹 신기는 것이 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