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태권도연맹(WT)이 주최한 ‘U-21 세계선수권’ 마지막 날 남녀에서 각각 은메달을 추가했다.
고교생 문진호(서울체고)와 이유민(관악고)은 6일(현지시각) 케냐 나이로비 모이 국제스포츠센터 카사라니에서 열린 마지막 날 경기에서 나란히 결승 무대에 올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주 방콕 그랑프리 챌린지에서 장준을 꺾고 정상에 오르며 국제무대를 뒤흔든 문진호는 이번 대회에서도 다시 결승에 올랐다.
-68kg결승에서는 터키 베르카이 에레르를 상대로 0-2(0-0 우세패, 1-2)로 아쉽게 패했다. 문진호는 유럽 강자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피지컬과 오른발 머리가 돋보였지만 1회전 종료 직전 클린치 상황에서의 득점 실패가 우세패로 이어졌다. 2회전 역시 팽팽했으나 종료 2초 전 몸통 득점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준결승에서는 이집트 오마르 무함마드를 2-0으로 누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동시 머리 득점 이후 3-5까지 밀렸지만 감점 유도와 왼발 머리로 7-5 역전했고, 마지막 공격을 버텨내며 7-6으로 결승행을 확정했다.
한국 여자 경량급에 기대주인 이유민은 -46kg 결승에서 개인중립국(AIN)의 알리사 안젤로바와 맞서 2-1(12-11 감점패, 19-10, 4-9)로 분전했다.
자신보다 단신인 선수에게 빠르고 안정적인 스텝과 주특기 왼발 타점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1회전은 시작부터 연속 득점을 내는데 성공했지만, 과도한 압박 상황에서 한계선 아웃과 넘어짐이 겹치며 감점패로 내줬다. 10-4 큰 점수차로 앞서고도 40초 만에 감점 4개가 쏟아지는 등 상대의 근접 압박에 크게 흔들렸다. 결국 종료 3.6초 전 공방 중 넘어져 12대11로 한 점차로 앞섰지만 감점 5개로 감점패로 1회전을 내줬다.
2회전은 완전히 달랐다. 머리 연속 득점으로 흐름을 되찾았고, 상대의 근접 머리 시도를 거리 조절로 무력화하며 점수 차를 벌렸다. 계속되는 교묘한 템포 운영 속에서 왼발 머리가 연달아 적중해 19-10으로 시원하게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마지막 승부를 가릴 3회전은 초반 연속 실점이 발목을 잡았다. 시작과 함께 오른발 돌려차기와 근접 머리를 허용하며 0-5까지 밀렸다. 중반 다시 머리 득점을 내주며 점수 차가 벌어졌다. 몸통 득점으로 추격을 시도했지만 감점까지 겹치며 4-9로 은메달이 확정됐다.
준결승에서는 브라질 줄리아 실바를 상대로 경기력 자체가 완벽에 가까웠다. 빠른 왼발 내려차기와 템포 조절로 1회전을 20-4, 2회전을 13-1로 압도했다. 청소년 세계대회 MVP다운 집중력과 기술 완성도가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은 남자부에서 은메달 2개로 이란(금3, 은1, 동2), 터키(금2, 은1), 카자흐스탄(금2, 동1), 이집트(금1, 동1)에 이어 종합 5위를 기록했다.
여자부는 곽민주(한국체대)의 금메달 1개와 은메달 2개로 터키(금2, 은1, 동2)에 이어 종합 준우승을 차지했다. 모로코(금1, 동3)와 이란(금1, 동1), 그리스(은1, 동3)가 뒤를 이었다.
한국에서는 이번 대회는 참가하는데 의미를 뒀다. 별도 선발전 없이 올해 국가대표 시니어 1진 중 21세 이하 선수 4명을 우선 파견하고, 국제 경험과 잠재력이 높은 선수 7명을 대한태권도협회(KTA)가 전략 추천해 총 11명으로 구성했다.
결과는 절반 이상의 성공이었다. 김향기(서울체고)·안준영(경희대)은 성인무대서 첫 8강 문턱을 넘어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사흘차 곽민주(한국체대)는 지난 방콕 그랑프리 챌린지 첫 우승에 이어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회 마지막 날에는 문진호와 이유민의 은메달까지 이어지며 ‘차세대 실전 검증’이라는 목표를 정확히 달성했다.
대부분이 청소년에서 이제 막 시니어로 올라온 고교생·대학 초년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컸다.
특히 여자부 흐름은 최근 우시 세계태권도선수권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랐다. 한국 여자부는 최근 3회 연속 세계선수권에서 ‘노골드’에 그쳤다. 종합 순위도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나이로비에서는 달랐다. 어린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전술을 바꾸며 승부를 만드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한국 태권도의 미래가 이전보다 더 입체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우시 세계선수권 MVP로 주목받았던 서은수(성문고)는 인도의 복병에게 패해 16강에서 멈췄다. 그러나 지나치게 빠르게 세계 정상에 오른 흐름을 고려하면 이번 패배는 오히려 성장에 필요한 ‘예방접종’이라는 평가가 많다.
올해 첫 창설된 U-21 세계선수권(G-4급)은 WT가 청소년과 시니어 사이를 연결하고, 가장 폭발적인 성장 연령대의 박진감과 열정이 넘치는 17세부터 21세 이하가 출전하는 새로운 세계선수권 시리즈다.
특정 강국 중심 메달 구조에서 벗어나 더 많은 국가들이 시상대에 올랐고, 경기 양상도 청소년보다 성숙하고 시니어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21세 이하만의 대회 특성이 뚜렷했다.
한편, 차기 대회는 2027년 불가리아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