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원에는 오행폭포 옆에 ‘전통무예수련장’ 이라는 곳이 있다. 전통무예수련코스 활용한 체험공간인데, 7가지 코스에 무예 단련 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이 공간에는 나무기둥을 세워놓은 신기한 타격대가 있다. 타격수련장에 있는 여러 가지 타격훈련용 설치물 중에서도 조장(操桩)은 상당히 특이하여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도장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오뚜기 샌드백과도 비슷하다.
이 타격대는 도대체 어떻게 이곳에 나타난 것일까? 그 유래를 이제 밝혀본다.
2016년도에 태권도원은 전통무예수련장 공사를 발주하면서 태권도원의 요구사항을 공시하고, 이를 구체화 시켜서 업그레이드하여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다. 태권도원이 제시한 윤곽은 암벽 홀드가 부착된 거대한 기둥들이 있어야 했고, 기지시 줄다리기 줄이 필요하며, 품새수련대가 설치되어야 하며, 대나무에 줄을 감아 타격대로 만든 오솔길이 있었다. 그밖에 타격수련장은 용역업체의 재량에 맡겼다.
용역을 맡은 측에서는 재량껏 설계할 수 있는 부분이 타격수련장밖에 없었는데, 이때 아이디어가 제공되어 만들어진 것이 현재의 타격대 들이다. 통나무를 가로로 설치하여 만든 ㄹ자 모습의 연결 타격대와 마키와라와 비슷한 타격대, 가지가 나와 있는 고정된 목재 타격대가 시공되었으며, 화강암 석물에 구멍을 뚫어 나무기둥을 꽂은 신기한 타격대가 등장했다.
이 타격대는 조장(操桩)이라 불리는 것이며, 본래 중국 북파권법중의 유명 유파인 통배권의 단련대이다. 백원통배권에서 주로 사용한다. 통배권은 실전 기격능력이 훌륭한 유파로 알려져 있는데, 평소에 단련을 중시한다. 통배권 문파는 활장(活桩), 사장(死桩), 횡장(橫桩), 지장(地桩)의 4가지 조장(操桩)을 갖고 있으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활장(活桩) : 동백나무로 만들며, 지상 돌출부위가 약 2미터이다. 백원통배 24식 기술을 연마한다. 타활장(打活桩) 이라 부른다.
2) 사장(死桩) : 고정된 타격대이며, 고법(靠法)과 솔법(摔法)을 연공할 때 사용한다. 항사장(抗死桩)이라 부른다.
3) 횡장(橫桩) : 각법(脚法)과 신법(身法)을 연공한다. 붕횡장(崩横桩)이라 부른다.
4) 지장(地桩) : 보법(步法)과 퇴법(腿法)을 연공하는 것이다. 주지장(走地桩)이라 부른다.
이 중에서 태권도원에 설치된 ‘화강암에 기둥을 꽂은’ 타격대는 ‘활장(活桩)’이며, 나무 기둥을 가로로 연결하여 만든 ㄹ자 모양의 타격대는 ‘횡장(橫桩)’이다.
무술계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연공용 타격대라면 크게 2가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첫째는 일본 가라테에서 사용하는 마키와라, 두 번째는 중국 영춘권의 목인장이다. 이 두가지는 매우 효용성이 높고 훌륭한 물건이지만, 누가 보아도 태권도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태권도원에 설치하기에는 어려웠다.
그러나 통배권의 조장(操桩)은 태권도장에서 사용하던 기존의 오뚜기 샌드백과 비슷하여 사용에 문제가 없었으며, 가로로 된 횡장도 이와 유사한 도구를 사용하는 태권도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타격대는 특정 유파의 전유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이다. 샌드백은 권투에서도 사용하고 태권도에서도 쓰지만, 그 쓰임새가 다르기 때문에 아무도 이상하다고 거론하지 않는다. 다만 영춘권의 목인장은 워낙 영춘권의 것으로 유명해 졌기 때문에, 타 무술유파에서 사용할 경우에는 조금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통배권의 타격대는 태권도의 타격대와 공유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연구 설계자들의 생각이었다. 타격대의 모양은 비슷해도 용법이 달라지면 얼마든지 태권도의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중국 통배권의 횡장은 바닥돌의 무게가 수십킬로에 불과하며, 하단부를 둥글게 다듬어서 기울이기에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태권도인들은 타격대에 발차기를 할 것이 분명하므로, 바닥을 편평하게 하고 무게를 높여야 했다. 현재 태권도원 횡장 하단부의 돌은 무게가 무려 300kg나 되며, 성인 남자 혼자서 드는것은 불가능하다. 현장 설치시에도 기중기가 동원되었다. 그리고 꽂힌 나무기둥과 돌 사이에는 약간의 틈이 있어서, 가격했을때 충격을 상당부분 흡수하여 수련자의 관절을 보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횡장은 완전히 고정되지 않으며, 조금 흔들리는 것이 정상이다. 현재 태권도원의 조장(횡장)은 태권도 수련에 적합하도록 중국 통배권의 것 과는 다른 규격과 구조로 설계되었으므로, 태권도의 횡장이라고 주장해도 과히 잘못된 표현은 아니다.
앞으로 태권도인들이 태권도원 타격대의 용법을 개발하고,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해 주기를 바란다. 이것이 이 타격대를 도입하여 설계하고 설치한 연구자의 희망이다.
얼마전 올라온 ‘2019 타툴 발차기 여행 페스티벌’의 사진은 횡장(橫桩)의 새로운 용도를 보여주어 미소를 짓게 한다. 어떻게 올라갔는지는 모르지만, 흔들리는 횡장 위에서 외발로 발차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정말 훌륭한 운동능력임이 틀림없다. 어쩌면 앞으로는 태권도원의 횡장 위에서 발차기를 해낸 사진을 자신의 ‘업적’으로 SNS에 소개하는 것이 유행이 될 지도 모르겠다.
조장 위에서 외발로 발차기를 하는 것이 본래 조장의 목적과 용도는 아니지만, 이렇게 창의적인 방법의 사용법이 자꾸 개발되다보면, 조장이 완전히 태권도의 대표 아이콘이 되는 날도 올 수 있을 것이다. 태권도는 신세대와 구세대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젊은 사범들의 발랄한 아이디어와 연구가 필요하다.